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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버블 붕괴 속에서도 살아남은 미쓰비시상사의 비밀: 엔고 시대를 돌파한 진짜 전략

by 흘름 2025.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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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경제는 미친 듯이 치솟았다. 엔고가 시작되면서 수출 중심의 산업은 한숨을 쉬었지만, 그때부터 일본은 믿을 수 없는 버블경제로 진입했다. 부동산, 주식, 자산이 모두 거품처럼 부풀어 올랐고, 모두가 "이 호황은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1990년, 거품은 터졌다. 대다수 기업이 쓰러지거나 휘청이던 그 시절, 놀랍게도 미쓰비시상사는 살아남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쓰비시상사의 비밀

플라자합의와 엔고 충격: 생존을 위한 변신이 시작되다

1985년 플라자합의는 일본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던졌다. 미쓰비시상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통적인 무역업에 의존하던 회사에게, 급격한 엔화 강세는 매출 악화라는 재앙을 가져왔다. 하지만 미쓰비시상사는 단순히 수출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자원개발 투자현지화 전략을 통해 사업 구조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특히 1985년, 미쓰비시상사는 호주 북서부 LNG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단순 중개상’에서 ‘사업 투자자’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이 과감한 투자들은 훗날 위기를 견디는 튼튼한 기둥이 되었다.

버블 경제 최정점: 눈부신 매출, 그러나 보이지 않는 위기

1988년부터 1989년,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처럼 보였다. 미쓰비시상사의 매출은 10조 엔을 넘었고, 이익도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달랐다. 경영진들은 "버블은 영원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키하라 미노루(槙原稔) 회장은 "지금의 호황은 착각일 뿐"이라 경고했다. 실제로 그는 호황기에 신중하게 투자를 선별했고, 특히 소비재 유통(영국 Princes Ltd. 인수) 같은 장기 수익원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버블경제 속에서도 본질을 잊지 않은 것, 그것이 미쓰비시상사를 지탱한 첫 번째 비결이었다.

버블 붕괴와 1990년대: 생존을 향한 고군분투

1990년, 니케이 지수는 폭락했다. 일본 경제 전체가 무너지는 와중에, 미쓰비시상사의 이익도 급감했다. 하지만 완전히 붕괴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 자원, 소비재, 금융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었고,
  • 자산버블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았으며,
  • 무엇보다 '미래형 사업'에 미리 투자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1992년, 미쓰비시상사는 다시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신임 사장 마키하라 미노루는 "매출이 아니라 이익률을 본다"며 ROE(자기자본이익률) 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일본 대기업 중 이런 발상을 한 곳은 손에 꼽혔다.

조직을 갈아엎다: 미쓰비시식 체질 개선

1993년부터 마키하라 사장은 성과주의를 도입하고, 비효율 부서를 통폐합했다. 한편으로는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신흥시장(러시아 사할린 프로젝트, 베네수엘라 메탄올 사업 등)에 과감히 투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조직 문화 개혁이었다.
"상명하복"이던 일본 대기업 특유의 문화를 깨고, "성과를 내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는 방식을 밀어붙였다. 그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강력히 경고하며, 모든 임직원에게 위기의식을 주입했다.

1994년: 매출 17조 엔, 이익 210억 엔 — 거인의 딜레마

1994년, 미쓰비시상사는 매출 17조 엔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익률은 0.12%.
"이렇게 거대한 몸집으로 겨우 숨 쉬는 수준"이었다.

마키하라는 이를 두고, "우리는 더 이상 매출에 취해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후 미쓰비시상사는 구조조정, 핵심사업 집중, 디지털 전환 준비를 추진하면서, 진짜 살아남을 준비를 했다.

결국 위기 속에 살아남은 이유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것

수많은 일본 대기업이 버블 붕괴 속에 몰락했지만, 미쓰비시상사는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간단하다.
본질을 지키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영원한 호황도, 거대한 매출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플라자합의부터 엔고 시대, 버블경제와 붕괴까지 — 이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살아남은 미쓰비시상사의 이야기.
"지금 우리의 경영이 어떤 시대를 향해 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여전히 유효한 교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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